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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아빠가 되고 싶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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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3 11:49:14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전 완전한 비혼주의자였습니다.
'결혼하는 순간 본인의 인생은 끝이야.'
꾸미는 걸 좋아하고 주말마다 여행을 다니며 인생을 즐기던 선배들이, 결혼을 하고 육아를 하며 본인의 삶을 잃어버리는 것 같이 느껴졌었거든요.
평범한 직장인의 월급으로는 내가 하고 싶은 거 하고 놀고 싶은 거 다 놀기에도 빠듯하다고 생각했습니다.

P라는 직장 선배가 있는데요, 누구보다 화려했던 선배입니다. 운동을 잘하고 똑똑했으며 성격도 좋을뿐만 아니라, 키도 크고 얼굴도 잘생겨서 뭇 여성들의 선망의 대상이었고 실제로 본인도 그런 스포트라이트를 즐기며 살았습니다. 요즘 말로 하면 인싸겠네요.

그런 선배가 2년 전 결혼을 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약간 충격이었죠.
그 선배에게는 오래된 여자친구가 있었지만, 좀 더 인생을 즐기고 싶다는 얘기를 자주 나눴었거든요.

그 후 1년이 지나 P를 봤습니다.
살이 많이 쪄서 예전의 샤프한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고,
'야, 민창아. 봐봐.너무 귀엽지.'라며, 태어난지 8개월 된 딸의 동영상을 보고 흐뭇하게 미소짓는 아재가 되었더라구요.

술이 약간 거나하게 취했을 때였을까요, 제가 P한테 이런 얘기를 했던 거 같습니다.
'선배, 근데 난 예전 화려했던 선배모습이 그리워.
지금은 선배가 아닌 거 같아.'
그러자 그 선배가 저한테 이런 식으로 말했던 거 같아요.
'민창아, 물론 그 때의 내 모습이 외면적으로는 화려했을 수 있지만, 사실 난 지금 그때보다 훨씬 더 행복해.
허리 사이즈는 4인치나 늘었고 턱선은 찾을래야 찾아볼 수 없지만,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면 날 반갑게 맞아주는 우리 와이프, 그리고 8개월 된 우리 딸. 요즘은 제법 옹알이도 길어지고 자주 깔깔대며 웃어. 며칠 전에 처음으로 어눌한 발음으로 엄마 아빠라고 말했거든. 33년을 살며 가장 행복했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순간이었어.'

저는 결혼과 육아를 포기와 희생이라는 측면에서만 바라봤던 것 같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한끼에 20,000원짜리 밥을 먹고 5,000원짜리 스타벅스 커피를 마실 수가 없겠구나.
책 읽을 시간도, 대학원 다닐 시간도, 혼자 여행을 다닐 시간도 없겠구나. 내가 꿈꾸던 미래를 포기해야하겠구나.

그런데 생각해보면 옆에 누구보다 든든한 내 편이 있고, 나와 반려자를 반반씩 똑닮은 사랑하는 아기가 올바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는 것도 참 행복하고 가치 있는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제 어머니가 서울에 올라오셔서, 동생과 셋이서 맥주한잔을 했거든요. 처음으로 어머니와 아버지가 만났던 얘기도 자세히 듣고, 성현이와 제가 성장하며 있었던 에피소드를 나누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부모님도 분명 포기와 희생을 하셨겠죠.
하지만 이렇게 세대차이를 넘어, 같이 맥주를 마시며 서로의 행복을 공유할 수 있는 자녀가 있다는 것도 인생의 축복이 아닐까 싶습니다.

몇 달 전에 '어떤 아빠가 되고 싶나요?'라는 질문을 받았었는데요. 아들의 초등학교 축구 경기에 가서 목청이 터져라 응원해줄 수 있는, 비록 아들이 축구를 잘 못해 골키퍼를 한다고 하더라도 그라운드에서 뛸 수 있는 것에 감사할 줄 아는 아빠.
딸의 학예회에 가서 꽃다발을 주며, '고생했어 우리 딸. 오늘 최고였어.'라고 따뜻하게 말해줄 수 있는 아빠가 되고 싶다고 대답했던 것 같아요.

금전적으로 부유한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정신적으로 부유한 아빠와 남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제가 많이 노력해야겠죠.
아직은 먼나라 이웃나라 얘기인거 같지만요.
최근에 P를 우연히 마주쳤습니다.
살이 더 쪘더라고요.
'선배, 요즘도 행복해?'라고 물었더니,
'야, 요즘 진짜 살쪘다고 맨날 와이프한테 혼난다. 아주 미치겠다.'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네요.
매 순간이 행복할 순 없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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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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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01-13 17:34:26

본문은 제가 결혼하고 싶어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어떤 아빠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에 대해 물어보는 아빠가 되려고 합니다. 추궁하는 식의 질문이 아니라 정말로 아이가 왜 그러한 행동을 했는지에 대해 궁금해 해주려고요. 그래서 스스로 생각하게끔 해주려고 합니다. 또, 아빠 말이 항상 옳을 수 없다는 것도 주지시켜 주고 싶습니다. 예전에 제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는데 저희 아버지나 어머니께서 무조건 용서를 빌라는 식은 옥의 티였으니깐요.
막상 아이가 생기면 장담하지는 못하지만 착하고 정의롭게만 커줬으면 좋겠습니다.

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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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4 10:06:19

분명 어빙님은 그런 아버지가 되실 거 같습니다.
실제로 뵙진 못했지만, 글이나 댓글에서 그런 정의감과 따뜻함이 느껴지거든요.
행복한 월요일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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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4 14:53:31

흥 기만자!!
이제서야 얼굴을 봐버렸습니다.

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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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4 16:46:34

다 뽀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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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4 11:39:05

아빠가 정말로 궁금해해도 아이는 "그냥" 이라든가 "왜 자꾸 그런 걸 물어봐", 혹은 들은 체도 안 합니다.

자꾸 자기 하고싶은 말만 하루종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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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3 12:07:08

딸둘이 살찐아빠인데 살빼고 있고 샤프한 이미지 되찾는중입니다 길이 멀어보이지만 육아 적응하면 행복 플러스 나만의 삶을 찾을수있는 기회도 주어집니다. 인생은 장기전이니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해보시길 두아이 아빠고 할수있다는 후기글 올해 한번 올려보겠습니다^^

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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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4 10:06:56

루코리아님 감사합니다!
저도 언젠가는 아버지가 되겠죠 ^^
조언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얼른 샤프한 턱선 찾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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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3 12:26:35

책 읽고 공부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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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4 10:07:07

저도 마찬가지예요 로코대디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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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3 13: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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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
1
2019-01-14 10:07:29

네, 저도 아직은 그렇지만 조금씩 가치관이 변화하는 거 같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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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3 13:30:36

공감이 많이 가는 글입니다.

희생도 많겠지만 언제나 인생의 모든일이 일장일단이 있듯 

얻는것도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좋은글 감사해요!

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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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4 10:07:42

감사합니다 것츠님!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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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3 13:49:54

저는 언제가 아이가 어느정도 컷을 때 아이에게
‘아빠는 너를 위해 희생했다’
라는 말을 하기보단
‘아빠는 너를 너무 사랑한다’
라고 말해 줄수 있는 아빠가 되고 싶네요.

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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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4 10:08:03

이 말 너무 멋지네요.
저장해두고 다음에 써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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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4 12:08:54

물론입니다. 칭찬같은 말씀이라 기분이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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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3 14:18:04

저도 결혼을 생각하지 않고 혼자 사는 쪽으로 생각했었던 

비혼족이었는데 최근에는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도 비혼족이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꼭 나는 반드시 혼자 살고 말거야 

이런 주의는 아니었던지라....... 결혼을 할 여력이 되거나 좋은 인연을 만나면 

결혼할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거든요 

 

지금은 너무 늦지 않은 선에서 (지금 해도 늦은 편에 들어갈수 있겠지만)

결혼은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바뀌었습니다 

다만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는 낳지 않을거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고 

그러면 그런 부분에서 저랑 같은 마음을 가진 인연을 만나서 결혼해야되는 까다로움이 있기에 

현실은 그냥 반 포기 상태입니다  

 

그러니 어떤 아빠가 되고 싶나요? 라는 물음에는 항상 답을 할수가 없는 상황이네요 

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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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4 10:10:07

만렙사랑님. 좋은 가치관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막연히 생각만 한거라 사실 현실성은 많이 부족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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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01-13 15:54:05

다양한 이유로 현실에 불만이 생길 때면, 혹은 과거의 어느 시절을 다시 살아보고 싶을 때면, 기억을 가지고 과거로 돌아간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그런데 딸을 다시 못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너무 무섭더군요. (단순히 지금의 와이프와 결혼한다고 될게 아니니까요 ㅎㅎ)
전 십여년 후에 사춘기 딸이 먼저 말걸어주는 아빠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고민 상담이 됐던 그냥 그날 있었던 일이 됐던. 먼저 그 길을 간 선배들에 의하면 아이가 어릴 때부터 노력해야 가능한 일이고, 안그러다 그때돼서 아빠랍시고 말걸어봤자 단답만 돌아온다고..

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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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4 10:10:41

저도 그런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네요.
힘들겠지만 친구들보다 더 의지할 수 있는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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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3 17:00:53

저는 가장 어려운 친구같은 아빠가 되고 싶네요
제 아버지가 그런 분이셔서 본받고 싶습니다
존경합니다 아부지

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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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4 10:10:59

어떻게 보면 제일 큰 행복과 축복을 받으신거네요!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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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3 17:28:50

전... 엄격하고 가부장적인 아빠가 되고 싶습니다..

대신 제 마나님은 친구같고 언제나 이해해주고 사랑을 듬뿍 주는 그런 이미지로 가고 싶습니다.

행복한 가정에 약간의 악역이라도 필요하다면 .. 그건 제가 하고 싶습니다.

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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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4 10:09:07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분명 올바르고 따뜻한 아이들로 클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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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9-01-13 18:03:23

요즘 드라마 '스카이 캐슬'을 보면서 자식 키우는게 무엇인가...? 많은 생각을 합니다. 제 자식은 이제 갖 돌지났습니다.

 

나중에 내 자식이 공부를 엄청 못 하고 뭐 하나 잘하는 것도 없고, 뭐 해보려는 의지도 없고, 맨날 놈팽이가 되었을 때도 나는 계속 지금처럼 자식을 향해 너그럽고 좋은 아빠로 남을 수 있을까... 생각해봅니다. 

 

아니면 반대로 자식이 엄청 천재에다 공부도 엄청 잘 하는데, 아버지인 내가 무능해 학원보낼 수도 없고 그러면 또 어떨까 싶기도 하고... 

 

언젠가 자식이 저에게 "누가 나아달래? 아빠가 내 인생에 해준게 뭐가 있어?"라는 말 반드시 할 날도 올텐데... 

 

결국 이 자식도 자기 자식을 나아봐야 저를 기억하겠죠?

그냥 가보는 거죠 인생... 

 

결국 황혼녁에 인생에서 했던 모든 것들은 다 지나가고 했는지 조차도 아무도 기억 못 하겠지만, 

자식만은 남아서 내 존재의 유일한 의미를 갖고 있을 것 같습니다.

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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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4 10:12:35

마지막 문장이 참 제 마음을 울리네요.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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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3 18:02:00

조금 일찍 태어난 철 없는 남자 한 명이 되어서
조금 늦게 태어난 철 없는 남자와
서로 철 없이 살고 싶네요.

일단 저는 아직 철이 없어서 반은 성공이고요
지금 네 살인 아들이 도와줄지 한 반 살아보려고요

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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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4 10:12:02

시작이 반이라더니.. 이미 성공하신 거 같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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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4 03:13:06

뭐 근데 막상 살아보면 그렇게 희생도 아니에요...
뭐 한끼에 이만원이나 스타벅스나 정말 먹고싶으면 먹겠지만 그냥 그거보다 더 하고싶은게 있다고나 할까...
아내와 아이가 있다고 항상 행복한것만은 아닌데 인생에내가 해오고 즐겨오던 다른 많은것들을 시시하게 만들기는 하는것 같아요.

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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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4 10:11:35

분명 그럴거 같습니다.
예전에는 결혼만 생각하면 마냥 두려웠는데 요즘은 기대가 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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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6 12:58:11

전혀 희생 아닙니다. 1000원짜리를 길에서 주었을때 행복이 1이면 좋아하던 여자가 고백을 받아 줬을때의 행복은 100정도고 우리아들이 태어 났을때는 100만 플러스 알파 입니다. 존재 자체가 고맙고 밥한 숫 가락만 잘 먹어도 행복은 100정도는 여유 있게 주고 있습니다. 아이와 보내는 시간은 희생하는 시간이 아니라 가장 행복한 시간 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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