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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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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4-01 15:20:16

 

비가오는 날이면 유독 고양이가 예민하다

잠결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부스럭대는 소리에 눈을 비비며 일어난다

아니나 다를까, 나지막이 빗방울이 창을 두드린다

 

아껴 두고 아껴 둔 컵라면을 꺼내 뜨거운 물을 붓는다

외로이 젓가락질이 한두 차례 있고 나자

송글송글 콧등에 땀이 맺힌다

물방울로 만든 슬픔이 수면위로 투명하게 올라온다

 

갑자기 생각나는, 아껴 먹던 그녀와의 저녁밥

매운 김치로 만든 그녀의 김치볶음밥은

매운 콧등을 쓸며 감히 쳐다보지도 못했지만

그녀의 눈매가 선함을 미리 알고 있었다

 

선한 젓가락질, 선한 코 땀방울, 선한 설렘

 

서로 설거지를 하겠다며 티격태격 하다

결국 설거지는 그대로 둔 채, 그녀를 안고서 위스키를 한 잔 마시고는

손을 꼭 잡은 채로 음악을 틀어 놓고 잠이 들었다

 

그래서 그녀와 나의 사랑은 순한 짐승처럼 여리고 떨렸다

 

어느새 비가 그치고 난 모든 풍경이 따듯하게 식는다

그날의 우리처럼, 순하디 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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