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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워싱턴 네셔널스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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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8 11:32:36

 2019 월드시리즈는 워싱턴 네셔널스의 것이었다. 워싱턴은 지난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면서 시리즈를 접수, 창단 첫 우승을 차지했다. 구단 역사가 시작된 지 50년이 지났지만 단 한 번의 우승도 차지하지 못했던 워싱턴은 2승 3패로 몰렸음에도 불구하고 6차전과 7차전을 내리 가져가면서 감격스런 첫 우승을 맛봤다.

백미는 역시나 7차전이었다. 워싱턴의 선발 맥스 슈어저는 1회이 실점을 허용했다. 이후 한 점도 내주지 않았지만, 워싱턴 타선이 휴스턴의 잭 그레인키에게 꽁꽁 묶이면서 좀처럼 출루하지 못했다. 그 사이 시간은 흘러 6회를 지났고, 휴스턴의 2-0 리드는 계속됐다. 워싱턴으로서는 패색이 짙을 수밖에 없었고, 휴스턴의 홈필드인 미닛메이드파크는 우승을 예견하는 기운이 감돌았다.

그러는 도중 워싱턴의 핵심인 앤써니 렌던이 그레인키의 공을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넘겼다. 실투라고 보기 힘든 공임에도 렌던이 타이밍을 잘 맞춰 좌측을 통타하는 큼지막한 홈런을 만들어냈다. 이후 휴스턴의 A.J. 힌치 감독은 빠른 투수 교체였다. 90구도 채 던지지 않은 그레인키였지만, 힌치 감독은 이번 포스트시즌 들어 단 한 점도 실점하지 않은 윌 해리스를 택했다.

문제는 이후였다. 그레인키가 후안 소토를 고의사구로 출루시켰고, 바뀐 투수 해리스는 하위 켄드릭을 상대했다. 켄드릭은 해리스의 공을 곧바로 넘겨버렸다. 디비전시리즈에서 LA 다저스 격침에 앞장섰던 켄드릭은 이날 경기를 뒤집는 역전 투런홈런을 뽑아내며 워싱턴에 리드를 안겼다. 미닛메이드파크에는 순간 정적이 감돌았다. 켄드릭의 타구가 뱃에 맞는 순간 워싱턴 덕아웃은 일제히 공을 바라봤고 환호를 내질렀다.

이후 워싱턴은 마음 먹었다는 듯이 휴스턴의 마운드를 두드렸다. 바뀐 투수들을 제대로 공을 뿌리지 못했다. 결국 불안했던 휴스턴 계투진은 봇물 터진 워싱턴의 타선을 잠재우지 못했고, 워싱턴은 이닝마다 추가점을 뽑아내면서 승부를 매조졌다. 그리고 9회에 워싱턴의 우승이 확정됐고, 워싱턴 선수들은 마운드로 뛰쳐나와 생애 첫 우승을 맛봤다. 우승 경험을 갖춘 이가 한 명도 없었을 정도로 이번 워싱턴의 우승은 선수단 전원에게 의미가 적지 않았다. 시리즈 최우수 선수에는 2차전과 6차전을 승리로 이끈 스티븐 스트라스버그가 선정됐다.

워싱턴의 이번 우승이 더 대단해 보이는 점은 어렵사리 포스트시즌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성적도 가을나들이에 진출한 팀들 중 빼어나다고 보기 어려웠다. 네셔널리그 와일드카드로 겨우 포스트진출에 다가선 워싱턴은 와일드카드게임에서 밀워키 브루어스에게 경기 내내 뒤져 있었다. 그러나 후반에 역전을 만들어 낸 워싱턴은 천신만고 끝에 밀워키를 꺾고 디비전시리즈에 진출했다.

디비전시리즈 상대는 이번 시즌 리그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다저스였다. 다저스는 타선은 물론이고 두터운 선발진을 구축하고 있었다. 계투가 약점이었지만, 스윙맨으로 오가는 마에다 켄타와 돌아온 유망주인 훌리오 유리아스 등 여러 선수들이 자리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활용할 수 있는 카드는 많았다. 반면 워싱턴은 시즌 내내 불펜 문제에 시달렸다. 와일드카드게임에서도 슈어저가 선발로 나섰고, 스트라스버그가 중간계투로 나와 3이닝을 틀어막았다.

워싱턴의 야구는 마치 내일이 없는 것처럼 '오늘'을 위해 운영했다. 워싱턴의 데이브 마르티네스 감독은 슈어저, 스트라스버그, 아니발 산체스, 패트릭 코빈을 적극 활용하면서 선발과 계투진을 꾸렸다. 그리고 나머지 선수들로 하여금 마무리를 책임지게 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밀워키를 제압했지만, 와일드카드게임에서 슈어저와 스트라스버그를 소진했기 때문에 시리즈 첫 경기부터 이들을 투입할 수 없었다. 그러나 슈어저는 2차전에 계투로 나와 1이닝을 책임지면서 다저스 타선을 잠재웠다. 삼진만 세 개를 뽑아냈다. 워싱턴은 2차전 승리로 시리즈 균형을 맞췄고, 홈필드 어드밴티지를 가져왔다.

워싱턴은 안방에서 열린 3차전을 내줬고 1승 2패로 탈락 직전에 몰렸다. 그러나 워싱턴은 4차전을 따냈고, 다시 LA로 이동해 5차전까지 잡아냈다. 연장승부의 종지부는 앞서 언급했던 켄드릭이 찍었다. 켄드릭은 이번 정규시즌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조 켈리를 상대로 만루홈런을 뽑아냈다. 켄드릭의 장타로 경기분위기는 순식간에 바뀌었고, 가장 많은 승차가 나는 팀들의 대결 끝에 이긴 팀은 다저스가 아닌 워싱턴이었다. 이후 워싱턴은 네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가을마다 마당놀이에 나서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단 한 경기도 내주지 않으면서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월드시리즈에서도 워싱턴의 기세는 여전했다. 오랫동안 휴식을 취하면서 선발진들이 힘을 채울 수 있었다. 시리즈 첫 두 경기를 가져가면서 워싱턴이 기세를 드높였다. 슈어저는 1차전, 스트라스버그는 2차전에 나서면서 워싱턴에 시리즈 리드를 안겼고, 워싱턴이 시리즈를 유리하게 풀어나갔다. 하지만 워싱턴은 안방에서 열린 세 경기를 내리 헌납했다. 세 경기 동안 각 1점씩 올리는데 그치는 등 휴스턴 마운드를 상대로 타선이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4차전에서는 호세 어퀴디의 등장에 당황했으며, 5차전에서는 1차전의 게릿 콜이 1차전의 패배를 되갚는 눈부신 피칭으로 워싱턴 타선을 잠재웠다.

하지만 워싱턴은 포기하지 않았다. 스트라스버그가 다시금 불이 붙은 휴스턴의 타선을 식힌 가운데 워싱턴이 저스틴 벌랜더를 또 한 번 더 무너트렸다. 벌랜더도 이번 시즌 내내 좋은 피칭을 이어간 손꼽히는 투수로 지난 2016년에 휴스턴의 우승청부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러나 이번 시리즈에서는 2차전에 이어 6차전까지 패전을 기록하면서 휴스턴이 우승을 확정지을 기회를 놓쳤다. 결국 시리즈는 7차전으로 향했고, 워싱턴은 매서운 뒷심을 선보이면서 7차전까지 따내면서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워싱턴은 좋지 않았다. 4월 말까지만 하더라도 10승 10패로 5할 승률에 도달했지만, 이후 이긴 경기보다는 진 경기가 더 많았다. 급기야 5월 말에는 6연패를 떠안는 등 19승 31패로 포스트시즌 진출은 커녕 하위권으로 네셔널리그 동부지구에서 중위권 밖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그러나 워싱턴은 이후 리그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는 이변을 연출했다. 시즌 초반 독야청청 엄청난 기세를 내뿜던 다저스가 달이 거듭될수록 하락세를 피하지 못한 사이 워싱턴은 시간이 지날 수록 더욱 강한 면모를 뽐냈다.

5월까지만 하더라도 워싱턴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것이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아니 거의 없었다. 그러나 워싱턴은 계투진의 약점에도 불구하고 한 경기씩 집중했다. 시즌 중반에는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방출된 아스드루발 카브레라를 영입하며 내야를 다졌다. 카브레라는 지난 2014년에도 워싱턴에서 뛴 바 있다. 당시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는 프랜차이즈스타인 그를 워싱턴으로 보내면서 잭 월터스를 받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해당 트레이드는 실패작으로 손꼽힌다). 카브레라를 더하면서 불안했던 2루를 채운 워싱턴은 선발진과 보강된 타선을 통해 기회를 엿봤다.

지구 1위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격차를 좁히기엔 역부족이었지만, 와일드카드 1위를 거머쥐며 포스트시즌에 올랐고, 엄청나고도 극적인 이야기를 이번 가을에 써내려갔다. 워싱턴은 내일이 아닌 오늘에 집중했다. 포스트시즌에서 마운드 운영이 중요하지만, 계투가 약했던 워싱턴은 선발투수들을 요소요소에 잘 버무렸다. 지난 2016년에 시카고 컵스에서 벤치 코치로 우승을 차지했던 마르티네스 감독은 이번에 감독으로 팀을 정상에 세우면서 지도력을 확실하게 인정받았다. 그가 표방했던 야구의 이면에는 슈어저를 필두로 하는 돋보이는 선발진들의 헌신이 결정적이었다. 슈어저는 계투로 나서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스트라스버그도 와일드카드게임을 잡는데 가교로 나섰다.

그 결과 워싱턴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와일드카드게임과 디비전시리즈 4, 5차전 그리고 월드시리즈 6, 7차전까지 지면 탈락하는 경기에서 모두 이기는 엄청난 괴력을 발휘했다. 와일드카드게임에서 슈어저와 스트라스버그가 8이닝을 책임졌고,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도 좋지 않은 몸 상태임에도 선발을 자처한 슈어저와 이후 코빈이 마운드를 잘 책임졌다. 산체스는 리그챔피언십 1차전에서 7 2/3이닝을 노히트로 틀어막는 등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안타와 볼넷 하나만 허용하며 깔끔한 투구를 선보였고 워싱턴이 기세를 잡아 시리즈를 접수하는 밑거름이 됐다. 이후 워싱턴은 슈어저, 스트라스버그, 코빈이 나와 세인트루이스를 사뿐하게 요리했다.워싱턴의 이번 포스트시즌을 보며, 맞는 말이지만 늘 잊고 있었던 '오늘을 살자'는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왜 필요한지를 거듭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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